KOREAN
우리그림, 바늘과 실로 이야기하다
우리그림, 바늘과 실로 이야기하다-
Folktales with needle and thread -
  • 전시기간 2016.10.05 ~ 2016.12.10
  • 전시장소 보나장신구박물관
  • 유물수
                  

예로부터 자수(刺繡)는 여인들의 길쌈과 규방문화의 일부로 여겨져 왔으며 실용성이 강조된 공예의 특성이 강하다. 조선 시대에 들어서면서 화원들이 밑그림을 제작하는 감상용 자수가 등장하게 되고 회화적인 특성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조형예술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자수는 계급이나 신분을 나타내는 목적이나, 의복의 화려함을 더하고 실내와 공간을 장식하는 용도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어 왔다. 다양한 용도와 목적에 따라 자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다수의 공방들이 운영되어 왔다. 또한 실과 바늘이 자아내는 미학에 대한 광범위한 욕구는 우리 생활 속 꾸밈 장식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현재 남아있는 자수가 대부분 조선시대 중기 이후의 것임을 볼 때, 이 시기에 이르러 전 계층이 두루 자수를 즐기게 되었음을 알게 한다. 감상용 자수의 중심이 되는 자수 병풍은 시대, 민족, 지역 등에 따라 독특한 양식으로 발전하기도 하며, 실과 비단의 재질, 공방의 종류에 따라 상/하품 또는 궁중수, 민수로 구분되어 그 다채로운 빛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 왔음을 이야기한다.

가장 많이 제작된 자수병풍은 8폭이며 주제가 제한적이지 않고 실내의 꾸밈장식에 주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특정 시간과 장소에 적용하기 용이하여 개인, 장소, 시대, 사회 등과 연계되어 발전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평안남도(平安南道) 안주(安州)와, 전라북도(全羅北道) 순창(淳昌)지역은 좋은 실과 비단을 생산하여 최상의 제품을 생산 하였는데 주로 궁중에 헌상하는 자수 병풍을 제작하였으며 지금까지도 가장 좋은 자수로 평가받는다.

자수병풍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밑그림은 묵선(墨線)으로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며, 색채 밑그림도 발견된다. 묵선으로 그린 것은 주로 궁중의 도화원 화백이나 또는 민간에서 그림에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도맡는 부분이었다. 자수 병풍의 밑그림은 주로 화조도(花鳥圖), 화훼도(花卉圖), 책가도(冊架圖), 노안도(蘆雁圖), 모란도(牡丹圖), 문자도(文字圖) 등 민화의 주제에서 가져오는 것이 대부분다.

각 주제는 민간 신앙과 연관된 의미를 내포한다. 화조도, 화훼도, 모란도와 같은 꽃그림의 경우 방을 화려하게 꾸밀 때 사용되며 부부의 금실과 부귀영화, 그리고 다산 등을 의미 한다. 책가도는 선비나 어린아이들의 방에 주로 놓이며 이곳이 학문을 탐구하는 곳임을 뜻하기도 한다. 문자도의 경우에는 선비들의 덕목 지침인 효․제․충․신․예․의․염․치 등 유교적 윤리관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는데 이 문자들은 이미지들과 함께 나타나거나 또는 문자 자체가 이미지로 표현되기도 한다.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 역시 유교사회의 풍토를 반영한 복(福), 녹(祿), 수(壽), 권(勸), 이(逸), 요(遊)의 내용을 담아 현세의 이상과 염원을 구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문자도로써 당시 사람들의 시대적 사상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문자도의 경우에는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독창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정교하게 도안된 단색선의 밑그림은 어린 시절부터 훈련과 경험을 쌓아온 궁중과 민간의 장인들이 실과 바늘로 배색하고 채워지기 시작한다. 궁중 공방에서 7-8세부터 자수에 입문하여 약 35년이 지난 후에 배색을 지정할 수 있는 상궁이 되었다는 기록을 통해 오랜 시간의 경험이 만들어 내는 최상의 색채 조합으로 비단을 채웠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므로 동일한 밑그림이라 할지라도 자수인의 취향과 기량에 따라 여러 가지의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독창성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보아 자수는 공예품이지만 회화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고, 한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로써 시대의 미학을 읽을 수 있는 독특한 민예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하게 발전한 우리 자수는 같은 동아시아권의 중국과 일본의 것과는 달리 우리 민족의 뿌리에 자리 잡고 있는 민간신앙에 불교·도교·유교 등의 기복적 요소가 접합되어 오랜 시간을 거쳐 자리 잡고 다듬어져왔다. 그 역사 속에서 자수는 본래의 실용적 목적에서 더 확장되어 독창적인 조형예술로 탄탄히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아름다운 우리 문화의 일면을 여전히 장식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보나장신구박물관이 소장한 양기훈의 밑그림으로 완성된 <노안도 자수병풍>을 포함하여, <화조도 자수병풍>, <백수백복도 자수병풍>, <기물도 자수병풍> 등 다채로운 자수병풍 뿐만 아니라 자수의 밑그림이 되는 민화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보나장신구박물관의 특별전 ‘우리 그림, 바늘과 실로 이야기하다’에서 조선후기의 아름다운 자수의 일면을 이해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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